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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기관의 종말

Kim Ryu HyunKim Ryu Hyun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세상 모든 기관은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이 다투지 않고 상호 작용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대학교도 신뢰 기관이다. 서로를 몰랐던 교수와 학생이 그곳에 모여서 교육이라는 상호 작용을 한다. 병원도 신뢰 기관이다. 서로를 몰랐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환자가 그곳에 모여서 의료라는 상호 작용을 한다. 은행도 신뢰 기관이다. 서로를 몰랐던 사람들이 서로에게 그곳을 통하여 돈을 송금하고 대출한다. 

심지어는 국가와 종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타인과 처음 만나서 이러한 신뢰 기관이 없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시간을 가지고 만나면서 친구가 되거나 애인이 될 수는 있겠으나 그것도 국가가 보장하는 주민등록증이 없거나 특정 종교 단체에 소속되지 않으면 불가능할 수 있다. 선진국과 후진국을 구분하는 가장 큰 척도는 이런 신뢰 기관의 존재에서 비롯된다. 부실한 신뢰 기관을 가진 북한은 세계적 수준의 신뢰 기관을 가진 남한에 비해 가난할 수밖에 없다. 그럼 왜 이렇게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신뢰 기관의 종말을 나는 고하고 있는가?

그것은 신뢰 기관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이건 사실이다. 이 기술은 이미 나온 지 10년이나 훌쩍 넘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나는 여기서 이 기술은 무엇이고 왜 이 기술이 세상을 바꿀 것인지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신뢰 기관이 존재했어야 하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했으니 아래에는 신뢰 기관에서 실제 제공하고 있는 기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국가가 발행하는 여권이 있다. 이 신분증이 없으면 해외여행을 할 수 없다. 인터넷 주소와 같이 여권을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가 발행한다면 우리는 지금은 국가별로 발행하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국제면허증, 여권, 비자 등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국가가 제공했던 많은 주요 기능은 필요 없어지고 비효율적이었던 해외여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일을 현실화하려면 인터넷과 같은 모든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특정 기술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할 때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지만 신분증의 위변조를 방지할 수는 없는 기술이다. 그래서 인터넷만으로는 여권과 같은 신분증을 발행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젊은 충에서 유행하는 가상화폐를 살펴보자. 인터넷 네이티브 화폐인 가상화폐의 기초기술인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의 위변조를 막기 위해 탄생했다. 

일반인에게 블록체인을 설명하기 무척 힘든 이유는 블록체인의 중심에 주체 없는 국제기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영어로는 이것은 DAO(이후 다오라고 칭함)라고 하고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줄인 말이다. 말 그대로 주인이 없는 조직인 다오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다오는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서 운영되는 조직이다. 그 어떤 참여자도 투표를 통하여 의결된 사안을 번복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

이렇게 조직에서 주체를 없앤 블록체인이 어떻게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신뢰 기관을 대체한단 말인가? 블록체인 이전의 신뢰 기관이란 우리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거래의 기록을 맡기는 형태였다. 그런데 신뢰 기관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거나 외부의 해킹을 당할 경우 그 신뢰는 종종 무너지곤 했다. 예를 들어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나 인플레이션을 무시한 미 연준과 일본은행에서 자행되고 있는 무지막지한 양적 완화가 그것이다. 비트코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08년에 발명되어 09년부터 시작된 인류 최초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이다.

만약 10년 동안 한 번이라도 사람의 개입이 없고 기계로만 운영되는 전산망인 비트코인의 신뢰가 무너졌다면 1천만 원을 상회하는 현재 가격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흔히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는 비트코인 해킹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면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단 한 번도 해킹된 사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아직 주체를 없애지 못한 중앙 거래소 또는 개인 지갑에서 도난 사건들이 일어난 적은 많았다. 그러므로 블록체인 기술은 10년 이상 자신의 주 기능인 신뢰 보증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앙에 주체나 사람도 없이 순수한 컴퓨터 기술로만 말이다.

그래서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처럼 이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신뢰 기관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 즉 교육, 의료, 송금, 대출, 증명 등의 기록을 사람의 개입 없이도 컴퓨터가 해킹의 위험 없이 중간자로서 모든 위변조를 막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 위변조를 막기 위해서 만들어졌던 많은 조직 및 기관들의 존재가 필요 없어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지구상의 200개가 넘는 정부 조직을 비롯하여 수많은 학교, 수많은 병원, 수많은 은행의 변화를 의미한다. 

한발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IoT) 시대에서 사람에게만 통용되는 법정화폐는 사람과 사물에 함께 통용할 수 있는 인터넷 네이티브 통화인 가상화폐에 그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다. 정치도 신뢰를 기반으로 하고 있음으로 현재는 간접 민주주의가 보편적이지만,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여러 종류의 다오의 출범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민주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의 정치 문화가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하나의 통일된 지구상 가상 국가로 가상이민을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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