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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백만 불의 사나이가 되다.

Kim Ryu HyunKim Ryu Hyun

내 나이 50에 6백만 불의 사나이가 된 사유는 10년 전 경영하던 코스닥 기업을 상장 폐지하고 파산 면책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파산 면책을 받을 당시에는 50억 원 규모였던 조세가 10년 동안 납세 체납으로 과태료가 더해져 60억 원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인정하는 고액 체납자다. 그래서 나는 이 금액을 미화로 전환해서 나를 6백만 불의 사나이로 부른다.

사실 내 파산 규모는 200억 원 정도였는데 이 중에서 150억 원은 제1 금융 부채였고 나머지 50억 원은 조세 부채였다. 이 부채들은 기업(법인)파산의 여파로 대표이사인 나(개인)에게 부당하게 전가된 것이다. 내가 이를 부당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더 설명하겠지만 내가 고의로 이를 갚지 않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단지 금액이 좀 크고 내가 갚을 수 있는 여건이 지금은 안 되기 때문에 못 갚고 있을 뿐이다. 나는 지난 10년 동안 수많은 정부 관료들을 찾아다니며 나에게 이 부채를 갚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그리고 청와대를 비롯하여 신문고를 운영하는 여러 곳에 내 사연을 올려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분명 우리가 법인을 만드는 취지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개인의 30% 재산을 법인에 투자한 경우 투자한 법인이 파산하게 되어도 개인은 자신의 재산의 30%만 손해를 보면 되는 구조이다. 그러므로 법인은 개인이 법인을 통한 투자로 인하여 자신의 재산의 70%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인 셈이다. 이것이 우리가 법인을 만드는 기본적인 취지이고 또 법인은 우리 모두의 지속 가능한 투자 활성화 방안이다. 그러므로 법인은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반대가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불법이 되고도 아직 성행하고 있는 연대보증과 시대에 뒤처진 대표이사 책임제도 등의 굴레로 인하여 개인이 법인 파산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그래서 법인 파산은 자동 개인 파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이는 국가 전체의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독버섯 같은 존재이다. 외국의 시스템(법인)을 취지도 이해 못 하고 베끼기만 해서 비롯된 대표적인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아니라면 취지보다 형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잘못된 사고가 문제다. 과연 잿밥이 제사보다 중요한 것인가?

이런 식의 책임 전가를 하려면 사실 나는 대표이사(경영 대리인)보다는 주주들(실제 주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그런데도 구시대적 발상에 머물러있는 국내법은 실제 주인인 주주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물리지 않으면서 대리인일 뿐인 대표이사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기회 형 창업률 최하위를 차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말로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창업을 정부에서는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청년들은 부모의 사업실패를 통하여 목도하고 있으며 귀가 따갑게 부모에게 위험한 창업을 하지 말고 비교적 안전한 의사를 비롯한 사자 돌림 전문직, 공무원 아니면 대기업 입사를 권유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안전한 직장은 새로운 직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전체 사회의 10% 미만의 이러한 직장을 구하기 위하여 우리의 모든 아이가 인생에 가장 소중한 유년기를 입시지옥에서 보내야만 한다. 그리고 전체 직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은 인재를 구할 수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회구조를 우리는 개선할 수 없는 것인가?

실리콘밸리의 창업 성공률도 5% 내외로 우리나라의 창업 성공률과 별반 다르지 않다. 창업의 본질은 95%의 실패를 포용할 수 있어야 5%의 성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리콘밸리와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95%의 실패를 어떻게 수용하느냐 의 차이이다. 실리콘밸리에서 나와 같이 파산 면책을 받으면 최소한의 생계수단인 자신의 집과 차는 보호를 받을 수 있고 조세를 사금융보다 먼저 면책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법인에서 개인으로 불합리 적인 조세가 넘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있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을 제공해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연쇄 창업자(Serial Entrepreneur)가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례로 스탠퍼드대 스티브 블랭크 교수의 경우 대학 중퇴 자로써 생애 7번의 연쇄 창업을 하면서 취득한 성패 반복의 경력을 인정받아 창업 분야 최고 교수로 추앙받고 있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과연 벌어질 수 있을까?

기업파산 후 자수하여 배임죄로 2년 동안 옥고를 치른 내가 150억이나 되는 사금융 부채를 전액 면책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고의로 사기를 쳤거나 개인 착복한 정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조세는 면책대상이 아니라는 괴변만 늘어놓으며 지난 10년 동안 차일피일 시간만 끌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는 또 한편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창업을 권장하고 있다. 나는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80년대 말 한국에 귀국할 당시 내 호주머니에 $500이 전부였던 사람이다. 두려움 모르고 창업하여 12년 만에 코스닥에 상장을 시켰다.

그런데 초보 사장의 상장 후 경영 실수들로 인하여 회사가 망했다. 그랬더니 법인 조세를 개인에게 무조건 떠넘기고 이로 인하여 두 번 다시 사업을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로 전락시켰다. 내가 이 조세를 갚을 유일한 방법은 내가 다시 사업을 하는 방법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최저 생계비만 제외하고 내 이름으로 버는 모든 금액은 정부가 차압해간다. 그러면서 청년들에게는 두려움 없는 창업을… 이런 이중 행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정부 관료들은 왜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도 고치려고 하지 않을까?

이런 반쪽의 파산 면책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 누구도 이런 국가에서 기회 형 창업을 마음 놓고 펼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직도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다 믿으며 이 나라를 뼛속 깊이 사랑하고 있다. 그래서 나의 이야기가 이런 잘못된 제도를 뜯어고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으로 나는 이 블로그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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