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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기(Answer Engine)의 탄생

Kim Ryu HyunKim Ryu Hyun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처음 미국 땅을 밟았을 때, 나는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시험에서 계산기를 사용할 수 없어 암산과 주판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시험에 계산기 사용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암산과 주판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에 비해 구구단을 외우거나 암산 능력을 유지할 필요성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잘 외웠던 구구단도 점차 사용하지 않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에 비해 일을 못 하거나 공부에 뒤처진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암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며, 학업이나 업무 능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최근 ChatGPT에 검색 기능이 추가되면서, Perplexity가 개척한 답변기(Answer Engine)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로 떠올랐다. 사실, 답변기 시장은 최초의 거대언어모델(LLM)인 ChatGPT가 개척했다고 볼 수 있지만, 출시 당시에는 검색 기능이 포함되지 않아 최신 데이터 접근이 제한되고 환각 상태(Hallucination)가 심해 완벽한 답변기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 틈을 파고든 Perplexity는 독자적인 LLM을 개발하는 대신, ChatGPT와 Google 같은 검색엔진을 결합하여 얻은 결과를 분석하고,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을 대신 찾아주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Perplexity는 LLM이 아닌 최초의 진정한 답변기로 자리잡았으며, 검색엔진의 도메인 권위(Domain Authority)를 기반으로 정보를 인용함으로써 ChatGPT보다 환각 상태를 줄일 수 있었다. 이는 Perplexity라는 단어가 뜻하는 “난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로 인해 K-12 공교육 과정에서 학습했던 답변을 찾는 방식의 교육은 마치 주판과 암산이 계산기의 등장으로 무의미해진 것처럼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 대학의 응용학문에서 박사과정(PhD)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답변을 능숙하게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100년 이상 지속된 교육제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제부터는 답변을 잘하는 교육 대신 질문을 잘하는 교육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육뿐만 아니라, 그동안 Google, 네이버, 바이두 등이 지배해온 검색기 시장 역시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이제 사람들이 ChatGPT나 Perplexity에서 원하는 답변을 직접 얻으면서 전통적인 검색엔진을 찾을 필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강력했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키워드 광고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아무리 뛰어난 답변기라 할지라도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시장조사 업무에서 JTBD(Job To Be Done) 프레임워크를 모르는 사람은 효과적인 질문을 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JTBD 프레임워크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답변기를 활용해 수백 개의 시장별 고객 니즈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그에 꼭 맞는 제품을 설계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이러한 작업을 위해 수십 명의 전문가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지만, 이제는 한 사람이 하루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에 수행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만 있다면, 계속해서 질문을 이어가며 인류가 쌓아온 지식을 탐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예를 들어, 토요타 자동차는 “5 Why” 분석 기법을 통해 문제의 근본 원인을 다섯 단계의 질문으로 파고들어 밝혀내며, 이를 통해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제 우리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담은 답변기를 활용하여 5단계 질문을 던지듯 심도 있는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참고로 도요타의 5 Why 분석 기법을 적용한 간단한 예를 들어 보겠다 :

우리 교육의 문제는 답만 얻으면 된다는 식의 족집게 과외로 아이들을 몰아붙이고, 이를 기준으로 학교를 서열화하는 데 있다. 이제는 단순히 답을 찾는 것을 넘어, 그 답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 어떤 방향이 올바른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를 갖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기교와 기술(Skill)을 넘어서 철학과 가치(Value)를 중심으로 한 교육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타고난 재능(Ability)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성(Intelligence)만 갖추면 인성(Integrity)은 부족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용인하거나, 어린 시절의 호기심과 열성(Energy)을 억누른 채 대학을 졸업해도 인생에서 진정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계속 배출되는 상황은 이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높은 점수나 부모의 기대에 따른 진로가 아닌, 자신의 선택에 의미를 두고 왜 의사가 되어야 하는지, 왜 그 일을 하고 싶은지를 깊이 이해하고 선택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어떻게 좋은 결정을 내리는지, 인간으로서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치는 교육이 요구된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조나단 최 박사의 유튜브 비디오는 공개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1,300만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MIT에서 학부를 졸업한 후, 다른 사람들을 돕기 위해 듀크 의대에서 신경외과 의사가 되기 위한 6년간의 공부를 거쳤고, 영상 제작 당시에는 10년 가까이 의사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병원이 환자의 건강보다 병원의 이익을 우선하는 정책에 환멸을 느껴 많은 이들의 선망을 받는 의사 생활을 그만두게 된 과정을 진정성 있게 설명하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경쟁 교육이야말로 “야만”이라 표현했다. 독일은 이러한 무한 경쟁의 폐해를 미리 인식하고 오래 전에 대학 입시를 폐지해, 누구나 원하는 학과에 원하는 해에 입학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의 평준화를 이뤄냈고, 우리와 달리 지방과 수도의 불균형을 해소했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아무리 지방에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공기업을 유치해도 지방에 거주하지 않고 서울에 가족을 둔 채 출퇴근을 하거나 기러기 부부가 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독일은 대학 평준화에 그치지 않고 학비를 없애고, 대학생들에게 생활비까지 지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제 기계가 답변을 잘하는 교육은 의미가 없고, 그 기계에서 질문을 잘하는 교육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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