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교수의 잠재가능성 접근(Capability Approach)을 나는 능력 기준의 평등으로 정의한다. 우리가 흔히 평등을 논할 때, 모든 자원을 1/N로 나누는 1차원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곤 한다. 하지만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이런 방식이 진정한 평등을 이루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의 평등 개념은 투입(Input) 기준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Output) 기준의 평등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앤드류 양(Andrew Yang)은 모든 미국 시민에게 매달 $1,000의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을 제공하자는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정책은 투입 기준의 평등 사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앤드류 양은 앞으로 도래할 AI와 로봇 혁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이므로, 기본소득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센 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단순히 동일한 자원을 분배하는 것만으로는 각 개인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가능성(Capabilities)을 보장하기 어렵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출발선을 가지더라도, 환경, 조건, 역량의 차이에 따라 결과적으로 누릴 수 있는 기회와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능력 기준은 이러한 차이를 인식하고,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 평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앤드류 양 후보의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다고 상상해보자. G20에 속한 부유한 국가들에서는 매달 $1,000의 기본소득이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수 있다. 반면, 소말리아나 짐바브웨 같은 저소득 국가에서는 동일한 금액이 왕족 또는 귀족의 삶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큰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통해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주장은 더욱 명확해진다. 그는 동일한 금액을 분배하는 것 자체가 평등이 아니라고 본다. 대신, 사람들이 그 돈으로 각자의 지역에서 실제로 누릴 수 있는 능력, 즉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나 경험의 가치를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라는 논리를 제시한다. 이는 단순한 자원의 분배가 아니라, 각 개인이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중시하는 관점이다.
200년 전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류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자원을 충분히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지구를 100번 이상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고 인류 전체를 먹여 살리고도 남을 식량을 생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앞으로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이 생산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생산은 핵심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분배이다. 앞으로 직업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겠지만, GDP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분배해야 인류 전체가 가장 큰 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마르티아 센 교수가 제시한 능력 기준 평등은 매우 의미 있는 해법을 제공한다. 이 접근법은 단순히 자원을 동일하게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이 자신의 환경에서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분배를 설계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평등을 단순히 형식적인 개념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기회를 보장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레이 달리오(Ray Dalio)의 아이디어 성과주의(Idea Meritocracy)는 능력과 관심을 기준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차등하여 부여하는 방식으로,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잠재가능성 접근(Capability Approach)과 유사한 철학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레이 달리오는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1전 1표의 금권주의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훌륭한 헤지펀드를 이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국가에서 주로 사용하는 1인 1표의 민주주의 의사결정 시스템 역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그는 아이디어 성과주의를 고안해 자신의 회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에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각자의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관심사를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구조로, 브리지워터를 세계 최고의 헤지펀드로 성장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방식은 1차원적인 방식의 단순한 평등이 아니라, 각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에서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철학과 맥락을 같이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와 과학 정책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고시를 통과한 행정가(Generalist)들이 전권을 쥐고 각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들을 무시한 채 예산을 제멋대로 편성하기 때문이다. 이는 관심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한 사람들에게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도록 맡기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반면, 미국에서는 전문가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행정가는 단지 금액을 조정하는 역할만을 맡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잘못된 예산 투입을 사전에 방지하고,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고 전문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만든다.
이 문제는 단순히 예산 편성의 예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곳곳에서 기업과 국가 차원의 의사결정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 시스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나은 의사결정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하다.
우리는 여전히 200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시스템인 민주주의, 삼권분립, 금권주의, 이사회 그리고 1차원적 평등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세상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통합되어 있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인류 평등의 새로운 기준이 제시된 시대다.
이제는 과거의 틀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는 이미 그런 세상을 열어갈 충분한 역량과 자원을 갖추고 있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의 능력 기준 평등과 레이 달리오 대표의 아이디어 성과주의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과거의 시스템을 답습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더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가 이 길을 따라 과감히 변화에 나설 때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Xank 프로젝트에서는 능력 기준 평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이를 창립 문서에 명시하고 있다. 관련 문서는 아래와 같다 :
이 문서들을 읽어보고,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Xank가 제시하는 비전이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길이라고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