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비율은 언뜻 달라 보이지만, 한국 사회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다. 오늘 아내는 한 영상을 본 뒤 내게 물었다. “왜 한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나는 한국의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내는 내 대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왜 한국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이 둘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문제다. 국내 자산이 부동산에 쏠려 주식으로 흘러가지 못하듯, 창업자의 경험과 자본도 IPO(주식상장)라는 좁은 문 하나에 몰려 M&A(인수합병)라는 훨씬 넓은 문으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자본이 갇히는 방식과 사람(창업자)이 갇히는 방식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무조건 미국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양국을 비교해 보면 여러 지표 중에서도 이 두 가지가 가장 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분포를 단순화해서 보면, 절반 가까이는 미국에서, 그 절반의 절반쯤은 중국에서 나온다. 실제 수치는 조사기관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미국 45~50%, 중국 25~30% 수준이고, 나머지 국가들 — 영국, 인도, 독일, 이스라엘, 한국 등 — 이 남은 20% 안팎을 나눠 갖는 구조다. 한국은 그 마지막 남은 파이 안에서, 그것도 여러 나라와 다시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고민해 보았다. 선두 그룹에 있는 국가들의 공통점은 엑싯(Exit) 시장에서 M&A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창업 후 엑싯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은 IPO뿐이라고 여겨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는 한국의 빈약한 M&A 시장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론 머스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그가 창업한 엑스닷컴(X.com)이 피터 틸의 페이팔과 합병한 뒤, 이베이에 거액으로 매각(M&A)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확보한 막대한 자금은 그가 테슬라, 스페이스X, 뉴럴링크, 트위터(X) 등에 재투자해 성공을 거두는 밑거름이 되었다. 만약 그가 M&A 시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지금의 성공은커녕 제대로 된 재도전조차 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여러 조사를 보면 미국의 엑싯 시장은 M&A가 압도적인 비중(자료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체로 70~90%대)을 차지하고, IPO는 소수의 사례에 그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유독 연쇄 창업자가 많이 배출된다. 창업의 성공 가능성은 의미 있는 실패의 반복에서 나오는데, 활발한 M&A 시장이 그 반복의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정반대다. IPO 의존도가 훨씬 높고, M&A를 통한 엑싯은 극히 드물다.
한국에서 M&A가 잘 일어나지 않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정당한 인수보다 기술 탈취나 핵심 인력 빼가기가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인식이 크게 한몫한다고 본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아이디어나 기술을 보여주는 순간 그대로 베껴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차라리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으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험과 소문이 쌓이면서 M&A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결국 창업자들은 ‘팔기’보다 ‘혼자 버텨서 상장하기’를 유일한 목표로 삼게 된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 문제이기도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정책만큼도 M&A 유도 정책을 펴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교육과 정책의 실패다. 인구가 우리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스라엘은 유니콘 기업 배출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다. 그 비결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엑싯 구조 역시 미국처럼 M&A 중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 자산의 부동산 대 주식 비율을 7:3에서 3:7로 역전시켜야 자본이 제대로 일할 수 있듯, 기업 엑싯 시장의 IPO와 M&A 비율도 지금의 7:3에서 3:7로 뒤집어야 한다. 혁신 기업이 이기는 사회를 만들려면 관계 중심에서 실력 중심으로 판을 바꿔야 하고, 그 전환의 첫 단추가 바로 이 비율을 뒤집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탈취나 인력 빼가기에 대한 법적 제재를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M&A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기업과 엑싯하는 창업자 모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실질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동시에 M&A의 순기능 — 실패가 아니라 또 다른 성공의 발판이라는 인식 — 을 교육과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시켜야 한다. 결국 돈이 부동산에 묶여 있지 않고 기업으로 흘러가 생산에 기여하게 만드는 나라, 기존 대기업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대기업을 끊임없이 탄생시키는 나라가 앞으로의 세계를 선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