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대의 킬러앱을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단연 Simplenote를 들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뭐든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 나에게 이만큼 자주 쓰는 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블로그가 사용하는 워드프레스를 만든 오토매틱(Automattic)에서 개발한 이 앱은 오랫동안 나의 최애 도구였다. 회사 이름에 T가 두 개인 이유는 창립자인 매트(Matt) 뮬렌웨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그의 철학 “Code is Poetry”를 반영하듯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놀라울 만큼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스마트폰,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 등 내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에서 메모가 자동으로 동기화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OneNote나 Evernote처럼 거추장스러운 서식 없이, 순수한 텍스트로만 기록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그리고 각 노트의 변경 이력을 자동으로 저장해, 언제든지 이전 버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점 역시 매우 유용했다. 이렇게 기본에 충실한, 단순한 노트가 필요한 순간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이런 Simplenote조차 LLM 시대의 도래와 함께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사람 손으로 작성하는 문서는 플레인 텍스트(서식없는 문자)만으로도 충분했지만, ChatGPT로 대표되는 LLM이 생성하는 문서는 대부분 마크다운(Markdown) 포맷이 적용 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크다운은 서식을 일일이 선택하거나 명령을 반복해서 입력할 필요 없이, 아래 예시처럼 단순한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형식이다. Simplenote도 마크다운을 지원하긴 하지만, 여전히 플레인 텍스트가 중심이고 마크다운은 부가적인 기능에 불과하다.
마크다운 형식으로 이렇게 쓰면…
이텔릭체는 *별 기호(asterisk)* 혹은 _언더바 기호(underscore)_ 를 사용하세요.
볼드체는 **별 기호(asterisk)** 혹은 __언더바 기호(underscore)__ 를 2번씩 사용하세요.
__*이텔릭체*와 두껍게__ 를 혼용할 수도 있습니다.
취소선은 ~~물결 기호(tilde)~~ 를 사용하세요.마크다운 형식에서 이렇게 보인다.

이러한 한계를 느끼며 나는 마크다운을 기본으로 삼는 노트 솔루션을 찾기 시작했고, 예전 직장 동료가 추천했던 Obsidian이 떠올랐다. 직접 사용해보니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장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람이 직접 작성한 문서보다 LLM이 가공한 문서가 더 많은 시대다. 이런 환경에서 마크다운 지원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깝다. LLM에서 생성된 결과를 복붙할 때 별도의 편집 없이 포맷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만으로도 업무 효율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식의 표준화라는 관점에서 마크다운이 대부분의 LLM에서 채택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누구나 한 번쯤 아래아한글에서 복사한 내용을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붙여넣었을 때 서식이 엉망이 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반대로 워드에서 아래아한글로 복사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는 문자 자체는 유니코드 덕분에 표준화되었지만, 서식은 여전히 각 애플리케이션마다 독자적인 방식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마크다운은 서식의 세계에서 유니코드에 비견될 만큼 혁신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간결하고 일관된 규칙을 통해 서식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LLM이 생성한 콘텐츠도 어떤 환경에서든 깔끔하게 재현된다. 또한 마크다운은 일종의 컴퓨터 언어이면서도 배우기 쉽고, 누구나 손쉽게 작성하고 편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도 뛰어나다. 나아가 단순한 텍스트 서식을 넘어, 이제는 머메이드(Mermaid)와 같은 부가 표준을 통해 도표나 다이어그램 같은 이미지 서식까지 표현할 수 있는 진화된 생태계를 갖춰가고 있다.
머메이드 형식으로 이렇게 쓰면…
flowchart TD
A[교재 및 지문 데이터 입력] --> B{ClassSnap AI<br/>엔진}
B --> C[자체 파이프라인]
C --> D[자료생성 레이어]
C --> E[교수법 레이어]
C --> F[분석 레이어]
D --> G[Multi AI Model]
E --> G
F --> G
G --> H[완성된 수업 설계]
H --> I[외부 API]
class A inputBox
class B engineBox
class C pipelineBox
class D,E,F layerBox
class G modelBox
class H,I outputBox머메이드 형식에서 이렇게 보인다.

한국어 사용자에게 Mermaid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ChatGPT에서 이미지를 생성할 때 한글은 영문보다 글자가 깨지는 현상이 훨씬 더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문도 예외는 아니지만, 특히 다이어그램처럼 구조적인 내용을 생성할 때는 텍스트가 뭉개지거나 깨져서 내용을 식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ChatGPT가 아직 Mermaid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교를 원한다면, 같은 다이어그램을 클로드(Claude)에서 생성해보면 차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클로드는 Mermaid를 기본 지원하기 때문에, 한글이든 영문이든 다이어그램 내 텍스트가 전혀 깨지지 않고 정확하게 표현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클로드에게 부서별로 정리된 직원 목록을 주고 조직도를 그려달라고 요청하면, 몇 초 만에 결과를 생성해준다. 생성된 다이어그램은 텍스트 기반의 Mermaid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추후 이미지 수정이나 편집도 매우 용이하다.
이렇게 작성된 마크다운이나 머메이드 문서는 Obsidian으로 가져와 정리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Obsidian의 또 다른 큰 장점은 문서를 일반 파일과 폴더 구조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반면 Simplenote는 하나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문서가 커지거나 많아질수록 속도 저하나 검색 지연 같은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하지만 Obsidian은 로컬 파일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또한, Markdown이나 Mermaid 같은 텍스트 기반 파일뿐만 아니라 PDF, PNG 같은 다양한 형식의 파일도 지원하기 때문에, 간단한 파일 관리 도구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Obsidian에서 여러 기기 간 동기화를 원할 경우 별도의 유료 플랜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회사든 수익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해는 된다. 그러나 수년간 Simplenote의 무료 동기화를 당연하게 누려온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비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Obsidian은 문서를 일반 파일로 저장하기 때문에, Obsidian의 데이터 폴더를 구글 드라이브, 원드라이브, iCloud 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하면 사실상 무료로 멀티 디바이스 동기화가 가능하다. 이 때는 Obsidian Vault가 포함된 폴더를 각 디바이스에 유지하도록 수동으로 설정한다.

마지막으로, Simplenote는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문서 정리를 태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문서가 많아질수록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반면 Obsidian은 파일과 폴더 구조를 바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요즘 많이 사용하는 PARA(Project, Area, Resource, Archive) 같은 체계적인 정리 방식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지나 문서가 쌓여도 흐름에 따라 정돈되는 느낌이 들어 매우 만족스럽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예전에는 GitHub 리포지토리에 있는 코드 파일, 구글 드라이브의 문서들, Simplenote에 저장된 메모들이 각각 따로 흩어져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Obsidian Vault 안으로 자연스럽게 통합되었다. Vault 안에 GitHub 리포도 클론해놓고, Vault 자체를 iCloud 드라이브에 두다 보니, 메모와 파일을 따로 구분하지 않아도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함께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자료들이 하나의 흐름 속에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리 방식이라 오묘한 만족감마저 든다. 말 그대로 옵시디언이 내 노트랑 파일을 통째로 관리해주는 검색 엔진이 된 셈이다.
또 하나의 매력은 Obsidian의 그래프 뷰 기능이다. 문서들 간에 하이퍼링크를 쉽게 걸어 둘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모든 노트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마치 나의 ‘제2의 두뇌’를 들여다보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단순한 문서 정리를 넘어, 지식 구조 전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그래서 Simplenote나 다른 노트앱에 이미 수많은 문서를 쌓아뒀더라도, 그걸 한꺼번에 옮기기보다는 Obsidian에서 필요한 문서만 하나씩 가져오고, 그 과정에서 문서 간 링크를 걸어가며 재구성해나가는 방식을 추천하고 싶다. 실제로 https://simplenote-to-obsidian.fly.dev/ 같은 도구를 활용하면 Simplenote의 JSON 데이터를 한꺼번에 Obsidian Vault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개의 Markdown 파일로 변환할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새롭게 정리하면서 데이터를 재구성하는 쪽이 더 좋았다. 그렇게 하나씩 구축해나가다 보면, 그래프 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작업이 즐거워진다.
보너스로, Simplenote에서는 불가능했던 이미지나 테이블의 삽입과 자유로운 편집이 Obsidian에서는 손쉽게 가능하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