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을 만들면, 고객은 알아서 찾아온다.”
아직도 이 말을 믿는가? 실리콘밸리의 전설적인 투자자 피터 틸(Peter Thiel)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제품을 사지 않는 이유는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파는 방법(Distribution)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스타트업 성장론의 고전, <Traction: How Any Startup Can Achieve Explosive Customer Growth>이다.

덕덕고(DuckDuckGo)의 창업자가 쓴 이 책은 출간된 지 시간이 좀 흘렀지만, 그 프레임워크만큼은 여전히 강력하다. 다만, 책에 나오는 예시들이 구형 페이스북이나 오래된 툴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핵심 이론을 바탕으로, 2026년 현재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맞는 ‘최신 업데이트 버전’으로 19가지 채널을 재해석해 정리해 본다.
1. 50%의 법칙 : 제품 개발 vs 고객 확보
이 책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철학은 ‘50%의 법칙’이다. 창업가는 시간과 자원의 50%는 ‘제품 개발(Product Development)’에, 나머지 50%는 ‘트랙션(Customer Traction, 고객 확보 및 시장 반응)’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창업가들이 “제품 완성도가 90%가 되면 마케팅을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고객 확보와 제품 개발은 평행선처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제품이 완벽하지 않아도, 고객을 데려오는 실험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제품이 완성됐을 때 기다리고 있는 고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 불스아이(Bullseye) 프레임워크 : 하나만 패라
19가지 마케팅 채널이 있다고 해서 19가지를 다 건드리는 것은 자살행위다. 이 책은 ‘불스아이(과녁의 중심) 프레임워크’를 제안한다.
- Brainstorming: 편견 없이 모든 채널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 Testing: 유망한 3~5개 채널에 소액으로 테스트한다.
- Traction: 테스트 결과 가장 효율이 좋은 단 하나의 핵심 채널에 모든 자원을 집중한다.
토스(Toss)가 초기에 ‘송금 지원금 이벤트(바이럴)’에 집중했듯, 배달의민족이 초기에 ‘전단지 줍기(오프라인 데이터)’에 집중했듯, 폭발적인 성장은 한놈만 팰때 일어난다.

3. 19가지 트랙션 채널과 한국형 사례
책에서 제시한 19가지 채널을 현재 한국의 트렌드(AI, 숏폼, 커뮤니티 등)에 맞춰 5가지 그룹으로 재분류하고 업데이트했다. 그리고 책이 출간된 후 10년, 세상은 변했다. 기존 19개 분류로는 설명이 부족한 거대한 흐름 3가지를 추가로 덧붙인다.
GROUP 1. 광고와 검색 (Digital & Ads)
1. 검색 엔진 마케팅 (SEM)
- 개념 : 구글, 네이버 검색 광고(PPC).
- 2026 Korea: 네이버 파워링크는 여전히 B2B와 로컬 서비스에 강력하다. 다만, AI 자동 입찰 기능을 잘 써야 효율이 난다. 토스나 뱅크샐러드가 초기 금융 키워드를 장악했던 전략을 상기하자.
2. 소셜 & 디스플레이 광고 (Social & Display Ads)
- 개념 :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배너 광고.
- 2026 Korea: 타겟팅 기술보다 ‘크리에이티브(소재)’ 싸움이다. 틱톡, 릴스 스타일의 짧은 영상(Short-form) 소재가 아니면 효율이 나지 않는다.
3. 검색 엔진 최적화 (SEO)
- 개념 : 돈 내지 않고 검색 결과 상위에 노출되기.
- 2026 Korea: 구글의 점유율이 올랐다. 또한, 챗GPT(ChatGPT)나 퍼플렉시티(Perplexity) 같은 AI 검색엔진이 내 서비스를 답변으로 인용하게 만드는 ‘GEO(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가 새로운 화두다.
4. 오프라인 광고 (Offline Ads)
- 개념 : 전광판, 지하철, 라디오 광고.
- 2026 Korea: 의외의 블루오션이다. 지하철 광고는 아이돌 팬덤만 하는 게 아니다. 강남역 등 타겟 밀집 지역의 옥외 광고나, 인기 팟캐스트/유튜브 채널의 스폰서 광고가 가성비 높은 트랙션을 만든다.
GROUP 2. 콘텐츠와 커뮤니티 (Content & Community)
5. 콘텐츠 마케팅 (Content Marketing)
- 개념 : 블로그, 영상 등 유용한 콘텐츠 제공.
- 2026 Korea: 기업 블로그는 ‘브랜드 미디어’로 진화했다. 토스피드처럼 금융 정보를 주거나, 오늘의집처럼 인테리어 노하우를 주며 고객을 모은다.
6. 이메일 마케팅 (Email Marketing)
- 개념 : 뉴스레터 및 콜드 메일.
- 2026 Korea: 스티비(Stibee)나 메일리(Maily)를 통한 뉴스레터가 대세다. 단순 광고 메일은 스팸함으로 가지만, 유용한 업계 정보를 담은 뉴스레터는 찐팬을 만든다. (예: 뉴닉, 롱블랙)
7. 엔지니어링 마케팅 (Engineering as Marketing)
- 개념 : 도구나 위젯을 만들어 배포.
- 2026 Korea: ‘무료 AI 도구’ 배포가 핵심이다. ‘AI 로고 생성기’, ‘MBTI 기반 성향 테스트’ 등 우리 서비스와 관련된 간단한 툴을 무료로 풀면 트래픽이 폭발한다. (예: 방구석 연구소)
8. 블로그 타게팅 (Targeting Blogs) → 인플루언서 타게팅
- 개념 : 영향력 있는 블로거 공략.
- 2026 Korea: 이제는 유튜버와 인스타그래머다. 100만 유튜버보다 내 분야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팔로워 1~5만)’ 10명에게 협찬하는 것이 구매 전환율이 훨씬 높다.
9. 커뮤니티 구축 (Community Building)
- 개념 : 유저들이 소통할 공간 마련.
- 2026 Korea: ‘오픈카톡방’과 ‘디스코드’. 특히 웹3.0이나 게임, 개발 관련 스타트업이라면 디스코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초기 유저 1,000명을 모으는 가장 빠른 길이다.
GROUP 3. 홍보와 입소문 (PR & Viral)
10. 바이럴 마케팅 (Viral Marketing)
- 개념 : 기존 유저가 신규 유저를 데려오는 구조.
- 2026 Korea: 올웨이즈(Allways)의 ‘올팜’이나 토스의 ‘친구와 함께 토스 켜기’처럼, 보상을 주거나 게임 요소를 넣어(Gamification) 자발적 공유를 유도해야 한다.
11. 홍보 (Public Relations)
- 개념 : 언론 보도.
- 2026 Korea: 신문 기사도 좋지만, EO(이오)나 슈카월드 같은 유튜브 채널 출연, 혹은 업계 전문 뉴스레터 인터뷰가 더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진다.
12. 이색 PR (Unconventional PR)
- 개념 : 대중을 놀라게 하는 이벤트.
- 2026 Korea: 성수동,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온라인 바이럴을 유도하는 방식이 주류다. 시몬스나 곰표의 사례를 보라.
GROUP 4. 영업과 제휴 (Sales & Partnerships)
13. 영업 (Sales)
- 개념 : 직접 고객을 만나 판매.
- 2026 Korea: B2B 세일즈는 링크드인(LinkedIn)으로 시작한다. 콜드콜보다는 링크드인 메시지로 가볍게 접근하고, 줌(Zoom) 미팅으로 설득하는 방식이 정착했다.
14. 사업 개발 (Business Development)
- 개념 : 파트너십을 통한 상호 교환.
- 2026 Korea: API 연동 제휴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세무 서비스가 은행 앱 안에 기능으로 들어가거나, 여행 앱이 카드사 앱과 연동되는 식이다.
15. 제휴 프로그램 (Affiliate Programs)
- 개념 : 판매 수수료 지급.
- 2026 Korea: ‘쿠팡 파트너스’ 방식이다. 혹은 인플루언서에게 판매 링크를 주고 수익을 쉐어하는 ‘공구(공동구매)’ 시장이 여전히 강력하다.
GROUP 5. 오프라인과 기존 플랫폼 (Offline & Platforms)
16. 기존 플랫폼 활용 (Existing Platforms)
- 개념 : 대형 플랫폼에 기생하여 성장.
- 2026 Korea: 앱스토어뿐만 아니라, 크롬 확장 프로그램, 슬랙(Slack) 앱 마켓, 피그마(Figma) 플러그인 시장, 혹은 크림(Kream)이나 무신사 같은 버티컬 플랫폼 입점을 노려라.
17. 무역 박람회 (Trade Shows)
- 개념 : 산업 전시회 참여.
- 2026 Korea: B2B 제조나 딥테크 스타트업이라면 CES나 코엑스 박람회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부스만 지키지 말고, 현장에서 파티를 주최하거나 네트워킹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18. 오프라인 이벤트 (Offline Events)
- 개념 : 자체 행사 주최.
- 2026 Korea: 독서 모임(트레바리 스타일), 러닝 크루, 네트워킹 파티 등 취향 기반의 소규모 커뮤니티 이벤트를 주최하여 팬덤을 만든다.
19. 강연 기회 (Speaking Engagements)
- 개념 : 전문가로서 강연.
- 2026 Korea: 오프라인 강연뿐만 아니라 웨비나(Webinar) 주최, 팟캐스트 게스트 출연으로 확장됐다. 창업가가 직접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스피커로 나서는 경우다.
[2026 업데이트] 새로운 트랙션 : 19개 + α (Alpha)
책에 나오는 19개 채널은 여전히 유효한 ‘대분류’지만, 그 경계가 모호해지거나 너무 거대해져서 별도로 분리해야 마땅한 새로운 채널 3가지를 소개한다.
20. 크리에이터 경제 (The Creator Economy)
과거의 ‘블로그 타게팅’이나 ‘홍보’와는 결이 다르다. 이제 개인 크리에이터(유튜버, 인스타그래머, 틱토커)는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라 하나의 미디어 기업이다.
- 변화 : 예전에는 블로거에게 “기사 좀 써주세요”라고 부탁했다면, 지금은 크리에이터와 함께 ‘공동 구매(공구)’를 진행하거나,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협업해 ‘콜라보 제품(PB)’을 만든다.
- 핵심 : 단순 노출이 아니라, 크리에이터가 가진 ‘팬덤의 신뢰’를 빌려오는 것이다.
- 한국 사례 : 뷰티 유튜버가 개발에 참여한 화장품이 올리브영 1위를 하거나, 인스타 인플루언서가 소개한 밀키트가 완판되는 현상은 이제 일상이다.
21. 제품 주도 성장 (PLG: Product-Led Growth)
책에서는 ‘바이럴 마케팅’의 일부로 다뤄졌지만, 지금은 B2B와 SaaS(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독립된 전략으로 통한다.
- 변화 : 마케팅 팀이 고객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제품 그 자체가 영업사원 역할을 한다. “써보니까 좋아서 동료에게 추천하고, 결국 회사 전체가 결제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 핵심 : 압도적인 무료 경험(Freemium) → 팀원 초대 유도 → 유료 전환. 영업 사원을 만나지 않고도 제품 안에서 모든 구매 여정이 끝난다.
- 한국 사례 : 채널톡, 슬랙(Slack), 노션(Notion), 피그마(Figma). 이들은 광고보다 ‘기능의 공유’를 통해 성장했다.
22. AI 생태계 최적화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검색 엔진 최적화(SEO)’의 다음 버전이다. 사람들이 이제 구글 검색창보다 챗GPT(ChatGPT),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에게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다.
- 변화 : “강남 맛집 추천해줘”라고 검색했을 때, 블로그 링크가 뜨는 게 아니라 AI가 “A식당과 B식당이 유명합니다”라고 답변을 해준다.
- 핵심 : 내 서비스가 AI의 ‘학습 데이터’에 포함되도록 만들고, AI가 답변할 때 내 브랜드를 ‘인용(Citation)’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 전략 : AI가 긁어가기 쉬운 구조로 웹사이트 정보를 재구성하고, 신뢰도 높은 매체(위키백과, 뉴스, 논문 등)에 내 브랜드가 언급되게 해야 한다.
4. 마치며 : 당신의 트랙션 채널은 무엇인가?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당신이 실패하는 이유는 제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아직 당신에게 맞는 ‘그 채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 익숙하다는 이유로 인스타그램 광고만 돌리고 있진 않은가? 아니면 남들이 다 하니까 블로그만 쓰고 있진 않은가? 책의 저자처럼 19(+3)가지 리스트를 펴놓고, 우리 제품에 맞는 한국형 트랙션 채널은 무엇일지 브레인스토밍 해보라. 의외의 곳(예 : 당근마켓 지역 광고, 소규모 독서모임 후원 등)에서 잭팟이 터질지 모른다.
지금 당장 제품 개발 모니터를 잠시 끄고, ‘고객 확보(Customer Traction)’를 위한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