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실패로 살고있던 집을 잃고 부모님 집에 다시 들어와 생활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이제 다시 독립해서 살고 싶은데 다시는 큰집과 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운동이 있다. 나는 한때 입주 가정부가 딸린 82평 집에 살았다. 매년 일반 차값만큼 월급을 주는 기사 딸린 고급차도 굴렸다.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이러한 호사는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기는 커녕 허탈감만 가중시켰다.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기 힘들겠지만, 나의 경험은 일단 그랬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타이니 하우스 운동(Tiny House Movement)이 바로 그것인데 내가 오래전에 읽고 좋아했던 Henry David Thorough 의 Walden 에세이를 연상시키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의 법정 스님과 마하트마 간디의 무소유 철학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책을 읽고 감명받아 시작된 것이었다고 한다. 추측건데 이 운동을 시작한 Jay Shafer 또한 소로우에게 비슷한 영감을 받았으리라…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이 책을 안읽어본 사람은 거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많은 고등학교에서 필독서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소로우의 무소유 철학에 깊은 감명을 받았지만 이 운동을 접하기 전까지는 모두 잊고 살았다. 그런데 이 운동을 접하고 내용을 알게되면서 내가 그동안 쫓았던 것들이 너무 허무하게 느껴졌다. 이 운동은 사람이 행복하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진정 필요없는 것을 다 버리고 나면 이러한 모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왜 필요없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하는 것일까? 가져봐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인데 말이다.
내가 이해하는 타이니 하우스 운동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꼭 필요하지 않는 것들을 모두 버리거나 남에게 나눠준다.
- 시대에 뒤쳐진 건축법을 피해나가기 위해서 집에 바퀴를 달았다.
- 필요없는 공간을 모두 제거하거나 축소하여 냉난방을 충분히 하여도 비용이 별로 발생하지 않는다.
- 삶의 양(Quantity) 보다는 질(Quality)에 무게를 두고 소재를 고급화시켜도 양이 많지 않으므로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 가능하면 Off-grid 를 추구하는데 이는 상하수도와 전기를 단절하여 친환경 생활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 Off-grid 를 추구하지만 On-grid 의 편리성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기술적으로 최대한 노력한다.
- 집에 들어가는 소요자금을 5천만원 미만으로 최소화시켜서 남는 비용으로 인생을 즐기거나 남을 돕는데 활용한다.
- 인생의 20 – 30년을 저택을 사고 유지하기 위해 허비하지 말고 대신 얻을 수 있는 시간의 자유를 활용하여 여행 및 독서, 텃밭 농사, 부모 공경 등 더 보람된 시간을 보낸다.
- 집의 크기를 1/10 로 줄이면 냉난방 비용, 청소 시간 등이 같은 비율로 줄어들고 식구가 함께 대화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다.
Grid 는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상하 수도망, 가스 배관망, 전기 배관망 등의 Utility 배관망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다. 그럼 Off-grid 란 현대 편의 시설망의 탈피 또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Off-grid 필요성의 개념은 한국에서는 거진 희박한 상태다. 사람들은 아직 On-grid 의 편리성만 추구할 뿐 Grid 의 과부화로 발생하는 지구 온난화, 토양 황폐화, 수질 오염화 등의 문제에 대한 인식은 거의 희박하다. 아직까지는 인구가 계속 늘어나도 용량만 늘리면 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그러나 현재 Grid 는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화석 연료(Fossil Fuel)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지구의 화석 연료인 가스, 기름 등이 고갈되면 우리는 방법이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속도로 물과 공기를 오염시킨다면 우리 자손들은 지구를 떠나서 영원히 되돌아올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아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미래는 자꾸 앞당겨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Off-grid 노력으로 타이니 하우스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체 수단을 발전시키고 있다.
- 전기 → 태양광, 풍력, 수력, 지열 등의 연속성이 보장되는 기술을 이용하는 배터리 솔루션을 도입하여 사용한다.
- 가전 → 일반 가전이 아닌 RV 또는 요트 용으로 제작된 가전 또는 도구를 주로 활용한다.
- 상수 → 지붕에서 받는 빗물 또는 주변 샘물, 우물 등을 정수하여 보관하는 솔루션을 도입한다.
- 하수 → Bio-degradable 즉 자연적으로 땅속에서 소멸되는 비누, 샴푸, 세제 등을 사용하여 식물 밑거름으로 활용한다.
- 오수 → 냄새없는 퇴비화 변기(Composting Toilet)를 개발하여 오수 발생을 원천적으로 봉쇄시킨다.
현재 미국 평균 주택 규모는 2,300 sq. ft. (64평) 정도인데 비해 타이니 하우스의 평균 규모는 그의 1/10인 230 sq. ft. (6.4평) 정도다. 이 것은 일본에서 유행하는 협소 주택 보다도 더 작은 규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주거에 꼭 필요한 화장실, 침실, 거실, 주방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처음에 타이니 하우스를 접했을때는 저렇게 작은집에서 어떻게 살지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깊이 생각을 해보니 이렇게 지구를 생각하고 적게 소유하고도 행복을 누리는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타이니 리빙이 좋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다음은 내가 좋아하는 국내외 타이니 하우스 빌더들이다.
- 간삼생활디자인 → http://www.ghed.co.kr/
- 스페이스웨이비 → https://www.spacewavy.com/
- Minimaliste → https://minimalistehouses.com/
- CaHuTe → https://cahute.com/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