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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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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은 사람을 채용할 때 인성(Integrity)은 없고 지성(Intelligence)과 열성(Energy)만 겸비한 사람이 최악이라고 했다. 왜냐면 이런 사람이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성은 없고 인성과 열성만 겸비한 사람은 어떠한가? 이런 사람은 충성심이 높은 바보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열성은 없고 인성과 지성만 겸비한 사람은 도대체 우리 일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데리고 우리가 무엇을 함께 도모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버핏은 이 3가지를 모두 겸비한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한미간에 ‘좋은 인성’ 사이에는 다소 차이점이 존재한다. 미국의 ‘Integrity’는 개인주의적 가치에 더 기반을 두고 있어, 정직, 책임감, 일관성을 중시하고 한국의 좋은 인성은 관계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중요시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전통적 가치와 사회적 조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미국에서는 법과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 더욱 강조된다. 그리고 한국의 인성은 때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지만, 미국의 Integrity는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는 것을 더 중요하기 때문에 포함할 수 없다. 그래서 버핏이 말하는 인성은 미국식 인성으로 한국에서는 별 문제없이 통용되는 이중 대화나 물밑 작업 등의 행위를 정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인성이 없다고 간주한다.

스티브 잡스의 A급 인재와 B급 인재를 구분하는 방법은 그가 누구를 데리고 오는지 보면 된다고 했다. 그가 회사에 소개하는 사람이 그 사람 본인보다 못한 사람을 소개하는 경우 그 사람은 B급 인재라고 했다. 아마도 이런 사람은 자기 자리보전을 회사 발전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A급 인재는 항상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소개하는데 그 이유는 그래야 자신도 배우고 회사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잡스는 생전에 B급 인재를 회사에서 추방하는 일에 매진했다고 한다. 이런 인사를 회사에 그냥 두면 인재 밀도가 점점 낮아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레이 달리오는 사람을 채용할 때 항상 가치(Values), 능력(Abilities), 기능(Skills) 순으로 보라고 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이와는 역순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한다. 보통 그들은 기업 가치를 설정하지도 또 맞추어 보지도 않고 필요한 기술/기능이 있다면 사람을 채용한다. 그런데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기술과 능력에는 문제가 없는데 회사의 가치관과 개인이 서로 달라서 많이 다투게 된다. 그리고 그 가치관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다시 해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일을 줄이고 싶다면 회사의 가치관과 개인의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을 최우선으로 뽑아야 한다.

사람의 능력은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천성을 통하여 내려받는 재능을 기반하기 때문에 기능보다 사람을 판단하는 데 우선순위가 더 높다. 가치가 일치하고 능력이 있다면 기능 또는 기술은 얼마든지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인성, 지성, 열성이 누구를 채용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이라면 달리오의 가치, 능력, 기능은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에 대한 지혜인 것이다. 종합해 보면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는 인성, 지성, 열성을 겸비한 자로서 조직의 가치관과 일치하고 천성적으로 조직이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자이다. 기능이 좀 모자라더라도 그런 사람을 모아서 끊임없이 교육하다 보면 함께 일하기 좋은 동료를 우리는 만들어낼 수 있다.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Good to Great>에서 위대한 기업이 되려면 타고 가는 버스에 이정표를 반드시 붙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버스 기사를 회사의 사장에 비유했는데 이정표를 붙이지 않은 버스는 아무나 타기 마련이고 또 이정표를 붙이는 순간 승객의 절반 이상이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자신들이 가는 곳과 버스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 회사의 이정표는 과연 무엇인가? 회사의 이정표는 그 회사의 사명, 행동 강령, 핵심 이념 같은 것이다. 그런 것을 정리해 두지 않은 회사는 마치 이정표를 붙이지 않은 버스와 같다고 했다.

리드 헤이스팅스는 아래 사람에게 비판을 받으면 가슴이 송곳에 찔린 듯이 아프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가 솔직한 피드백을 모든 직원에게 요구하는 이유는 비판이 있어야 발전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솔직히 피드백하면 사방에서 공격을 받거나 함부로 무안을 주거나 무시를 당하는 문화가 팽배하면 그 누가 마음 놓고 비판다운 비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 회사는 결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는 4A(Assist 도움, Action 행동, Appreciate 감사, Accept 결정) 피드백 문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4A 피드백은 비판할 때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르는 것이다.

  1. 상대방에게 도움(Assist)을 주려는 목적으로 비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격을 받는다고 생각되어 어긋날 수 있기 때문이다.
  2. 그리고 상대방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개선안(Action)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모르기 때문이다.
  3. 상대방의 의견에 감사(Appreciate)를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에게 다시는 의견을 물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4. 비판 수용(Accept 또는 Decline) 여부를 상대방이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로만 수용하고 행동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프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100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존의 리더십 원칙을 기준으로 사람을 채용하고 해고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회사의 핵심 이념을 따르지 않는 직원이 자동으로 걸러지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하여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런 행동 강령, 핵심 이념이야말로 회사의 진정한 이정표이다. 이런 이정표는 달리오가 말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 가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사람과 어떤 일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단 말인가?

존 도어항상 교단(Missionaries)이 상단(Mercenaries)을 이긴다고 했다. 그 이유는 교단은 사명이 있지만 상단은 돈만 벌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만 벌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벌이보다 상위 개념의 사명으로 무장한 교단을 만나면 혼비백산하거나 맥없이 무너지곤 한다. 처음부터 서로를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사명으로 선발된 인력은 그렇지 못한 돈벌이만 중요하고 뚜렷한 사명 없이 모집된 인력과 커다란 차이를 낼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나는 최근 국민의 관심을 받는 <서울의 봄> 영화를 관람했는데 거기서 전두광이 이끄는 상단이 이태신이 이끄는 교단을 이기는 스토리 전개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나라를 지킨다”는 군인의 사명을 망각하고 권력 찬탈에만 매달린 전두광 일당의 작태를 비판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재 “사람을 살린다”는 의사의 사명을 망각하고 돈벌이에만 집중하는 우리나라 상류층 부모들의 생각이 전 세계에 유례없는 엘리트 학생들의 의과 지원 쏠림 현상을 빚고 있다. 이렇게 의사가 된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명을 무시하고 전국적으로 의사 수가 모자라 사람이 죽어 나가는 현실 앞에서도 자기들만의 뱃속만 차리자고 의과 대학생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서글픈 일이다.

레이 달리오는 의미 있는 사람과 의미 있는 일을 도모하라고 했는데 이때 의미 있는 사람은 앞서 언급한 인성, 지성, 열성을 모두 갖춘 자로서 가치, 능력, 기능이 회사와 맞는 사람을 뜻한다. 그리고 의미 있는 일은 본인이 인생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일치하거나 비슷한 사명을 가진 회사를 만들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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