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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일할 것인가?

Kim Ryu HyunKim Ryu Hyun

다니엘 핑크는 사람에게 1차원 동기는 생존이라고 했다. 일단 생존이 보장되면 사람은 2차원 동기를 추구하게 되는데 그것이 상벌이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상벌이 없으면 도무지 움직이질 않는다. 그러나 상벌도 과하거나 복잡한 일이 요구되면 오히려 해롭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인간의 3차원 동기 유발은 어떻게 되는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서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아이스크림 하나를 상으로 주겠다고 얘기하자 그 아이는 오히려 책 읽기를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이유는 그 아이에게 무한대의 가치가 있는 책을 부모가 멋도 모르고 아이스크림 하나의 가치로 추락시켰기 때문에 더 이상 책을 읽을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장같이 반복적인 업무가 많은 곳에서 상벌은 동기부여 수단으로 약이 될 수 있지만 스타트업같이 창의적인 업무가 많은 곳에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핑크는 이런 창의적인 업무에 필요한 동기는 다음 3가지 욕망에서 나온다고 했다.

  1. 숙련 Mastery :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
  2. 명분 Purpose :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
  3. 자율 Autonomy : 나의 의지대로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

그의 이론에서는 이 세 가지 욕망을 채우지 못하면 창의적인 업무의 동기를 부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핑크는 숙련, 명분, 자율 이 3가지를 3차원 동기라고 했다. 알피 콘은 그의 저서 <Punished by Rewards>에서 상이 벌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와 같은 복잡한 사회에서 필요한 동기는 다음 3C 욕망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1. 협업 Collaboration : 의미 있는 사람과 협업하고자 하는 욕망
  2. 내용 Content :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
  3. 선택 Choice : 나의 의지대로 일을 하고자 하는 욕망

이렇듯 핑크와 콘은 창의적인 업무를 위해서는 생존과 상벌보다 더 고차원적인 동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나는 경영의 본질은 내가 아닌 남을 움직여서 우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제대로 해야 하기에 여러 고심 끝에 이 두 저자가 제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 소개하게 되었다. 다니엘 핑크의 저서 <드라이브>는 한글로 번역됐지만 아쉽게도 알피 콘의 저서는 이 글의 작성 시점까지 번역 전이다. 그런데 핑크의 숙련, 명분, 자율이나 콘의 협업, 내용, 선택을 잘 생각해 보면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두 저자의 생각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자율성

핑크의 자율 Autonomy와 콘의 선택 Choice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무슨 일이든 내 의지대로 할 수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자율성 보장은 조직에서 커다란 동기부여 방안이 될 수 있다. 미시 관리를 받는 실무자가 과연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그보다는 거시 관리를 받으면서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실무자가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관리자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도 있다. 그러면 미시 관리자는 그 사람을 어떻게 믿고 그렇게 내버려둘 수 있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문제는 쉽지는 않지만 믿을 수 없는 사람은 내보내고 믿을 수 있는 사람만 조직에 남겨서 인재 밀도를 높이면 해결될 문제이다.

방향성

핑크의 명분 Purpose와 콘의 내용 Content는 일의 의미와 중요도를 논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 아니라면 왜 우리가 그 일에 그토록 매달려야 하는가? 인류나 가족 또는 친구를 위한 일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지만 외계인을 위한 일에서 우리가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에게 무엇을 함께 어떻게 도모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때문에 조직에서 사명 또는 강령이 중요하다. 비전이 없는 사업은 이정표가 없는 버스에 탄 것과 같다. 그런 조직에서 어떤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비전을 만들고 사명을 제정하고 이가 허울뿐인 메아리에 멈추지 않도록 실무에 널리 적용되도록 하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전문성

핑크의 숙련 Mastery와 콘의 협업 Collaboration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다. 의미 없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 좋을 수 없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에 잘 보이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가치이다. 한 분야의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망은 돈을 받든 말든 상관없이 솟구치는 법이다. 그리고 의미 있고 실력 있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나도 발전하기 때문에 커다란 동기부여가 아닐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좋은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중요하고 그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교육을 제공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일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사람을 죽여본 의사가 사람을 살린다고 했다. 죽여보지도 않고 어떻게 사람을 살릴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핑크와 콘을 묶어서 3차원 동기(자율성, 방향성, 전문성)가 부여된 인력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트 뮬렌웨그는 1천 명이 넘는 자사 직원들이 모두 재택근무가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핑크의 3차원 동기를 기반으로 회사의 모든 시스템을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창의적인 업무가 필요한 직원들에게 3차원적인 동기부여를 하면 상근근무보다 재택근무에서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모든 직원과 깊은 신뢰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 포스트는 여기에 있으니, 별도로 읽어보면 유익할 것이다. 직원들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런 기업문화는 불가능하겠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어느 회사나 이렇게 못 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뮬렌워그는 분산 업무의 자율성 5단계가 있다고 했다.

뮬렌워그의 분산 업무 자율성 5단계

이때 유의할 점은 제이슨 프리드가 5명의 직원이 1시간 회의하면 1시간이 아닌 5시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런 대면 또는 비대면 실시간(Synchronous) 미팅은 가장 값비싼 형태의 대화라고 했다. 그러므로 가능한 동기화 회의를 자제하고 가급적 비동기(Asynchronous) 대화를 활성화해야 조직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비동기 대화란 채팅과 메일과 같이 서로 시간이 날 때 회신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인데 이가 활성화되려면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일정 시간 이내 답변 같은 모두가 지키는 행동 강령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프리드는 창의적인 업무는 몰입 상태에서만 가능하고 한번 몰입하려면 평균적으로 2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누가 옆에 와서 치거나 채팅을 걸게 되면 몰입 상태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또다시 몰입하려면 또 다른 2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생산성은 계속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동기 대화에서는 즉답을 절대로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유의점은 제프 베이조스D&C(Disagree and Commit) 원칙으로, 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다를 때 팀원들이 진지한 토론을 하되, 최종 결정에는 모두가 전념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리더에게도 적용되며, 팀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의사 결정과 실행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이 원칙은 팀이 리더를 설득하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팀원들이 명확하게 틀리지 않은 이상 리더가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도록 한다.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이렇게 3차원 동기 부여, 비동기 대화의 활성화, 재택 및 유연 근무제 등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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