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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방법

Kim Ryu HyunKim Ryu Hyun

핀란드는 국민의 70%가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영어 교육 방식과 국가의 문화적 배경에 기인하고 있다. 핀란드어로 된 영화나 TV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핀란드 사람들은 영어로 된 콘텐츠를 많이 시청한다. 이에 따라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이미 영어를 이해하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다.

우리와 달리 핀란드는 영어 교육을 공교육에서만 제공하며, 사교육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하며, 주로 말하기와 연습 위주로 수업을 진행한다. 또한, 학생들이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영어 관련 놀이를 통해 학습한다. 핀란드의 영어 교육 방식은 어려운 문법과 철자보다는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과 어휘를 중심으로 학습하며, 특별한 시험성적을 원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핀란드 학생들은 어려운 문법과 철자를 공부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말하면서 영어를 습득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은 대한민국과 핀란드의 영어교육을 비교한 것인데 주요 차이점은 우리는 영어를 공부하고 있고 그들은 영어를 연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분대한민국핀란드
영어교육의 목표의사소통의사소통
영어공교육 시작초등학교 3학년초등학교 3학년
영어수업의 방법초등학교-철자위주 공부
중고등학교-문법위주 공부
전학년-강세 및 모음위주 말하기 연습
문법 공부중고등학교에서는 문법위주로 공부문법 공부를 거의 안함
시험시험이 많고 영어시험 성적이 중요함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고 소통이 중요함
영어를 대하는 태도지식으로 접근연습으로 접근
대한민국과 핀란드의 영어교육 비교

영어는 국어와 달리 소리문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철자를 일일이 외우지 않으면 글을 쓰거나 읽을 수가 없다. 이것은 중국어를 사용할 때 한자를 일일이 외워야 하는 원리와 흡사하다. 반대로 한글은 단어만 알면 철자까지 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소리문자인 반면, 영문은 무늬만 소리문자이지 실제는 중문과 같은 상형문자에 가깝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다음은 하나의 영문 “o” 자가 여러 소리를 내는 단어들의 예시다.

반대로 영어에서 같은 “우우” Blue Moon 소리를 내지만 다양한 철자를 쓰는 단어들의 예시다.

우리 영어교육에서는 철자와 문법을 위주로 공부하는데 이는 글을 읽고 쓰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외국인과 만나서 말을 알아듣고 소통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말을 하는 데는 철자와 문법 공부보다 강세와 모음을 연습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우리 영어교육에서 영어 발음에 있어 모음보다는 자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말의 의미 전달에 있어 자음보다 모음의 정확도가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예를 들어 인도 영어의 경우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데도 원어민들과는 의사소통이 잘되는 것을 종종 목격할 때가 있는데 이는 인도 영어가 자음의 정확도보다 모음의 정확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철자와 문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자음을 완전히 익혔다 해도 우리는 모음과 강세의 정확도가 떨어져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못 알아듣고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말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영어는 강세 시간제 (Stress-timed) 언어인 반면 국어는 음절 시간제 (Syllable-timed) 언어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강세 시간제 언어란 강세가 있는 음절은 일정한 간격으로 발음하고 강세가 없는 음절은 압축하거나 짧게 발음하는 언어 리듬의 일종이다. 이것은 언어에 특징적인 음악적 특성을 부여하는 리듬 패턴을 만든다. 강세 시간제 언어의 예로는 영어,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등이 있다. 이러한 언어에서는 개별 음절의 길이가 아니라 강세가 있는 음절과 강세가 없는 음절이 번갈아 가며 리듬이 만들어진다. 전반적으로 강세가 강조된 언어는 강세가 있는 음절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강세가 있는 음절과 강세가 없는 음절의 교대를 통해 리듬 패턴을 만든다. 즉 영어는 강세의 위치를 달리하여 말의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인 것이다.

반대로 음절 시간제 언어는 각 음절이 거의 같은 길이로 발음되어 일정한 리듬을 만드는 언어 리듬의 일종이다. 음절 시간제 언어의 예로는 국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이 있다. 음절 시간제 언어에서는 각 음절의 길이가 강세 또는 비강세 여부에 관계없이 비교적 일정하다. 즉, 강세 시간제 언어에서처럼 강세가 있는 음절과 강세가 없는 음절이 번갈아 가면서 리듬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음절의 규칙적인 타이밍에 의해 리듬이 만들어진다. 전반적으로 음절 시간제 언어는 각 음절의 동등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각 음절의 동등한 타이밍을 통해 일정한 리듬을 만든다. 사실 이 리듬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은 이미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3천 영어 단어를 외우고도 의사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컬러 모음 차트(Color Vowel Chart)

그래서 이 차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영어의 강세와 모음을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도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컬러 모음 차트(Color Vowel Chart)를 내가 한글을 기준으로 재해석해 보았다. 우리 두뇌에서 언어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은 어릴 때는 여러 언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어른이 되면 그때까지 들었던 소리만 구분하도록 굳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컬러 모음 차트같이 새로운 소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없으면 새로운 소리를 구분하기 매우 어렵다. 이 차트에 따르면 우리가 원어민을 못 알아듣는 중요한 이유는 영어는 강세와 모음이 우리 말과 다르다는 점이다. 영어에서 사용하는 16개의 모음은 장음(두 음절로 표시)과 단음으로 구분되는데 컬러 모음 차트를 한국인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글로 만들어 보았다.

컬러 모음 차트(Color Vowel Chart)를 한글로 재해석

위 도표에서 컬러 모음 차트에서 장음을 이동모음 (Moving vowel)이라 하고 단음을 비동모음 (Non-moving vowel)이라 하는데 Purple Shirt 모음을 원본 차트에서는 단음으로 되어있는 부분을 나는 이 도표에서 장음(어얼)로 표기하였다. 그 이유는 Purple Shirt와 Mustard Cup의 소리를 한글로 구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였고 실제 내 귀에는 Purple Shirt의 “어얼” 소리가 Mustard Cup “어” 소리보다 길게 들리기 때문이다. 컬러 모음 차트 창시자 Karen Taylor가 Color Vowel Chart를 설명하는 동영상 시리즈를 여기에 소개한다.

Color Vowel Chart를 설명하는 동영상 시리즈

다음은 국어의 소리는 같은데 영어의 모음을 구분하지 않을 경우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단어의 예시를 몇 가지 들어 보겠다.

영어 모음에 따라 의미 변화

국어와 달리 영어에서 모음을 구분하지 않으면 쓰거나 읽을 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것이 듣거나 말할 때는 심각한 오류를 발생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모음뿐만 아니라 영어 단어에는 모두 하나의 뚜렷한 강세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의미 전달 오류의 예시를 몇 가지 더 들어 보겠다.

영어 강세에 따라 의미 변화

이 외에도 철자는 같지만 강세의 위치에 따라 의미가 바뀌는 단어가 영어에는 너무 많은데 이 링크에서 더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모음을 구분하지 않거나 강세의 위치를 모르고 말하면 원어민과 의사소통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한국에서 토익 점수를 아무리 높게 받은 사람도 해외에 나가거나 국내에서 외국인을 만나서 한마디도 못 하거나 못 알아듣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다.

영어 말하기 연습 도구

영어 말하기를 연습할때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도구를 몇가지만 소개하겠다.

첫 번째는 Dictionary.com 사이트인데 이 온라인 사전의 경우 타 사전과 달리 강세의 위치가 정확히 볼드체로 표현되어 있고 발음기호가 복잡한 국제 기호(Show IPA)를 따르지 않고 간단한 영문 기호(Phonetic Respelling)로 토글이 가능하여서 발음하기가 편하게 되어있다. 영문 발음기호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Key to Phonetic Respelling 링크에 전체 기호가 있으니 참조하면 되고 영문 bowdlerize 단어를 기준으로 두 가지 기호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예시를 들어보겠다.

bowdlerize

두 번째는 Blue Canoe 영어교육 앱과 컬러사전 익스텐션이다. 두 가지 앱 모두 서두에서 언급한 컬러 모음 차트를 기반하고 있어서 색상만으로 단어의 강세 위치를 쉽게 구분할 수 있고 어떤 모음으로 발음해야 하는지를 동시에 알려주고 있어서 획기적이다.

영어교육 앱의 경우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을 지원하고 컬러사전 익스텐션은 크롬, 사파리, 엣지, 파이어폭스 등의 브라우저를 지원한다. 컬러사전 익스텐션을 활용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단어를 16가지 색상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어 우리가 영문 단어의 강세와 모음을 구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세 번째는 Colorvowel.com 사이트인데 컬러 모음 차트를 클릭하면 소리 나는 인터랙티브 차트를 제공하며 원어민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고 컬러 모음 차트를 이용한 카드 게임을 판매하고 있어서 회사나 가정에서 교육하기 좋게 도와준다.

네 번째는 EF Education First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실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영어 어휘와 표현에 강세와 모음을 확인하며 공부하면 매우 유용하다. 영어 회화의 90%는 3,000단어 미만으로 가능하며 자주 사용하는 숙어를 함께 공부하면 의사소통에 많은 도움을 준다.

결론

핀란드의 경우,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공부보다는 연습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 우리와 가장 큰 차이다. 마치 어떤 운동을 배울 때 많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외국어로 영어를 배울 때도 많은 말하기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의 영어교육 과정도 의사소통에 맞춰져 있지만, 실제로는 시험을 위한 영어, 궁극적으로 대학입시를 위한 영어를 중요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우리의 영어교육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TL;DR 영어 연습과 훈련을 위해서 다음을 반복한다.

  1. Listening : 넷플릭스와 유튜브 및 오더블과 팟캐스트의 영어 콘텐츠를 많이 소비한다.
  2. Speaking : 단어의 강세 위치와 16가지 모음을 구분하여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점차 늘려간다.
  3. Thinking : 알고 있는 어휘와 표현을 사용해서 속말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4. Input 교육 3 : Output 교육 7 비중의 절대적으로 Output 연습을 위주로 언어 학습을 진행한다.

참고로 이 글은 딕셔너리닷컴 또는 블루카누, ELTS, EF Education First 등의 회사들과는 전혀 상관없이 작성되었으며 나는 영어 교육자는 아니지만 어릴 적 미국으로 이민가서 영어를 먼저 습득한 자로써 국내에서 영어를 10년 이상 배우고도 아직까지 외국인과 대화할 엄두조차 못 내는 많은 한국인을 위해서 쓰게 되었다. 영어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Comments 2
  • jyKIM
    Posted on

    jyKIM jyKIM

    응답 Author

    잘 읽었습니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네요.
    한국에서 초, 중, 고, 대를 나와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제대로 영어로 대화하기가 어렵고 알아 듣기가 힘든 상황이다 보니,
    언어를 그 많은 세월동안 공교육에서 배웠는데, 시험치르고 대학입시에 도움을 받은 것외는 지금은 남은 것이 없습니다.
    말씀해 주신 사이트와 앱을 설치해 보고, 저도 연습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sadabi
    Posted on

    sadabi sadabi

    응답 Author

    저도 글을 몇번 써본 사람이라..
    이 정도의 글을 쓰기 위해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고 몇번의 수정을 거치고 검토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노고에 감사드리며 잘 읽었고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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