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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과 BCI

Kim Ryu HyunKim Ryu Hyun

인간은 다섯 가지의 감각, 즉 오감을 통해 신체의 내외부의 환경 변화와 상황을 감지한다. 청각과 시각은 전화와 TV 같은 전자기기를 통하여 주고받을 수 있는 송수신 기술이 개발되었지만, 나머지 후각, 미각, 촉각은 아직 송수신 할 수 있는 기술조차 없다. 인류 역사상 오감 중에 하나의 감각이 기술적으로 정복될 때마다 신생 대기업이 등장해왔다. 청각의 경우, 그레이엄 벨이 전화를 발명하고 설립한 벨 전화회사가 지금 미국의 AT&T, 버라이즌, 루센트, 노텔 등 통신사들의 전신이 되었다. 그리고 시각의 경우에는, RCA의 블라디미르즈 보리킨이 판즈워스의 연구소를 방문한 뒤 그의 아이디어를 빌려 전자식 텔레비전을 완성하였다.

인간의 오감

직류 전기의 발견을 통하여 에디슨이 GE를 설립한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천둥과 번개를 통하여 지구에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은 직감하고 있었으나, 에디슨의 전기 발견을 통해 전구를 밝히기 전까지는 그 누구에게도 전기를 사용할 기술은 없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두뇌에서 생각만 하면 손발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뇌파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뇌파를 이용할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현재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Neuralink)가 도전장을 내민 상태이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파크 연구소를 방문한 뒤 그들의 아이디어를 빌려 완성한 GUI(Graphical User Interface)는 컴퓨터의 끝없는 소형화 시대에서 수명이 다해가고 있다. 이제 더는 GUI의 유물인 키보드, 디스플레이, 마우스 등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없을 정도로 컴퓨터가 소형화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는 GUI 시대의 영웅들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BCI(Brain Computer Interface)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기에, 이에 도전장을 내민 일론 머스크가 BCI 시대의 영웅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실상, 이미 색상 또는 숫자와 같은 간단한 것을 생각하면, 그 머릿속의 정보가 컴퓨터로 전달되는 시스템은 만들어진 지 오래다.

BCI의 고도화가 이루어져서 초박형 컴퓨터를 우리 몸에 칩으로 꼽고 다니는 시대를 상상해보라. 그때가 되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GUI 기반의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스마트안경 등은 구시대 유물이 될 것이다. 칩의 밀도가 2년마다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유지된다면 컴퓨터의 성능은 지금의 100배를 능가하고 저장 용량도 1,000배 이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성능 초박형 컴퓨터가 BCI를 통하여 우리 두뇌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지금의 10배 이상의 속도로 타자를 칠 수 있게 되고(입력) 10배 이상의 속도로 컴퓨터의 화면을 읽을 수 있게 된다(출력).

뇌파 입출력 시스템 개념도

BCI로 무장된 100명의 군대와 10대의 드론을 상상해보라. 이들은 GUI 기반의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1,000명의 군대 정도는 손쉽게 무찌를 수 있을 것이다. GUI로는 BCI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속도뿐만 아니라 저장 용량에서도 생각해보라. 우리가 태어난 순간부터, 초박형 컴퓨터 칩의 삽입을 통해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망각하지 않고 간직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 도래할 수도 있다. 사람이 일생의 모든 기억을 잃지 않게 되는 순간부터 어떤 세상이 펼쳐지겠는가? 아마도 그때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망각하는 기능을 법적으로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오감의 기술적 정복에서 우리는 현재 시각과 청각만 정복한 상태라고 위에서 언급했지만, 나머지 세 가지 감각이 정복된 날을 상상해보라. 그리고 BCI와 결합하면, 우리가 오감 영화를 보는 날을 앞당길 것이다. 지금까지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기만 해왔지만, 그때는 영화 속 내용을 입으로 맛보고 손으로 만지며 코로 냄새 또한 맡게 될 것이다. 오감의 기술적 정복이란 다섯 가지 감각을 데이터화해서 송수신 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리와 화면만 저장하고 송출하여 재생되고 있지만, 그때가 되면 냄새, 촉감, 맛을 송출하고 재생하게 될 테니 말이다.

나머지 세 가지 감각의 데이터화란 무엇인가? 소리 또는 영상의 경우 우리는 그것을 쉽게 디지털 신호로 인코딩할 수 있고 전류를 통해서 보낸 다음 받은 신호를 다시 디코딩하여 스피커나 스크린을 통하여 재생할 수 있다. 만약 같은 기술이 세 가지 감각의 하나인 후각에 적용되었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는 서울에 앉아서 뭄바이 시장에서 진동하는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다. 만약 미각에 적용되었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는 집에서 모든 나라의 전통 음식을 음미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촉각에 적용되었다고 해보자. 그럼 우리는 신체에 전혀 접촉 없는 상태에서 원격 성교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이 단순 영상이 아닌 VR 또는 AR과 결합하면 더욱더 실감하는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BCI와 결합한 오감의 영화를 시청할 때 우리는 두 주인공 포옹을 온몸으로 느끼고 그들이 즐기는 음식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지고 그들이 마시는 와인의 향기가 입가에서 맴돌게 될 것이다. 나에게 자본이 무제한 제공된다면 나는 이러한 현실을 앞당기는 사업을 펼치고 싶다.

나와 뜻을 같이할 사람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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